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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꽃 피다

  • Date. 201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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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봄은 다채롭다. 3월 중순에 마을에서는 비가 내렸지만 고리봉에는 눈이 내려 쌓여 있다


'이튿날(십팔일). 일뜨며 창을 밀치니 맑고도 진한 향기가 와짝을 들이밀어 코로부터 온몸. 온 방안을 둘러싸 버린다.
새빨간 꽃을 퍼다 부은 춘매(春梅)가 바로 지대(地臺) 밑에 있는 것을 몰랐었다. (...) 이러한 미인이 청전(窓前)에
대령한 줄을 모르고 아무 맛 없이 곱송그려 새우잠을 자고 났거니 하매, 아침나절에 입맛이 쩍쩍 다시어진다.'
 - 최남선의 [심춘순례] 중에서 


매화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매화향기에서는 오신 님 그린 내음새.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 서정주의 [매화] 중에서
매화에서는 고급스러운 화장품 냄새가 난다. 밤새 봄이 긴 옷자락을 끌고 오다가 털석 매화가지에 속 옷이 걸렸나부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 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중에서


대개의 꽃들은 먼저 잎을 피우고 광합성으로 얻어진 영양분으로 꽃을 피우는데 반해, 산수유는 뿌리와 줄기에
겨우내 남겨 둔 영양분을 끌어올려 꽃을 먼저 피운다.  


산수유와 비슷한 시기에 피는 개나리가 샛노란 유성물감으로 그리는 것이 좋다면, 산수유의 노란 꽃은 파스텔 톤. 


산수유는 꽃송이 사이에 여백이 있는 부드러운 노란색이다.


산수유는 약1천년전 중국 산동성 처녀가 구례로 시집올 때 산수유 나무를 가져다 심은 것이 유래가 되어 '산동'이라는
지명이 생겼고,이때부터 산수유 농업이 시작됐다고 한다.​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 가량이 구례군 산동면에서 난다. 산동면 산수유는 수령 100년 이상의 산수유 1천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는데 이는 천년 농업의 결과이다.​

 


산동면은 전체 면적 중 임야가 82.8%에 달하는 전형적인 산간마을로 경작지가 부족한 지역주민들은 돌담 옆, 마을 어귀,
계곡 등에 산수유 나무를 심어 어딜가나 산수유 군락을 만날 수 있다


산동면 상위 마을은 고지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좋은 곳이라면, 

이곳 평촌마을은 돌담과 계곡의 반석이 아름다운 곳이다


평촌마을은 돌담이 많은 곳인데, 산수유 나무로 꽃담을 이루고 있다


산동면을 돌아다니다, 집으로 가는 사포 마을 어귀에서 먹먹한 꽃 길을 만난다


정자와 목조주택 사이에 불쑥 튀어나온 노란색 산수유가 시간을 이어주고 있다


산수유 나무는 단단하다. 그 억센 가지들은 농부의 손주름을 닮아 있다


시원한 봄비가 내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산수유 꽃들 사이로 

푸른 새싹들과 농부들이 산수유 나무와 닮은 동일한 꿈들로 뒤척이게 될 것이다


낮과 밤 사이에 아침과 저녁이 있었고, 보는 방향에 따라 느껴지는 게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아! 이런 미련한 인생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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